나와 너는 다르다.
나와 너는 다른 부모에게서 태어나 다른 환경에서 다른 것을 보고 느끼며 살아왔다.
좋아하는 음식도, 좋아하는 노래도, 좋아하는 옷들과 색깔까지도 나와 너는 다르다.
물론, 나와 너는 비슷하거나 겹치는 것들이 있을 지도 모른다.
생긴 것이 비슷할 수도 있으며 성격이 비슷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나와 너는 다르다.
심지어 일란성 쌍둥이조차 지문만큼은 서로 다르 듯이.
요즘은 MBTI로 나와 너의 다름을 나눈다.
그리고 그 이전에는 혈액형으로 다름을 나눴었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그래봤자 A B O AB 4가지에서 MBTI를 이용해 16가지로 늘어난 것뿐이다.
전 세계 인구는 80억 명이다.
그 많은 사람들을 16가지로 나눈 다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다름이 아니라 같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전 세계에 나와 같은 사람이 5억 명이나 있다니. 그럴 리가.
당연히 나는 너가 아니고 너 또한 내가 아닌 것이다.
우린 서로가 다름을 인정해야 하고 그 사실을 바탕으로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
그렇게 서로를 대해야 한다.
내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 너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큰일 일 수 있으며,
내게는 모든 걸 포기하고 주저앉을 일이 너에게는 한 번 웃고 지나칠 일이 될 수도 있다.
나와 너는 다르기 때문에.
나는 오래전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즉, 정신과 치료를 받는 사람들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얼마나 정신이 약해 빠졌으면 저런 병에 걸리느냐고.
저것도 무슨 병이냐고.
그랬던 내가 실제로 공황장애를 앓아보니 내가 얼마나 이기적이고
편협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우리는 겪어보지 못한 것은 알지 못한다.
그저 추측하고 예상해 보는 것이 전부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너를 온전히 알지 못한다.
너는 싫어도 거절을 못 할 수도 있고 불행하지만 웃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추측과 예상은 오해를 만들어 내는 가장 강력한 도구다.
그리고 그 오해들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또 받게 된다.
별거 아닌 일에 화를 내는 너. 그런 너를 이해하지 못하는 나.
그러고는 밤새 기분 나빠 잠 못 드는 나. 화낸 건 벌써 잊고 잠에 빠진 너.
나와 너는 다르다.
그래서 이해보다는 인정이 필요하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할 때 비로소 상처를 주지도 받지도 않게 된다.
이해는 어렵지만 인정은 쉽다.
내게는 결혼 후 아내와 자주 다투던 친구가 있었다.
어느 날 둘은 크게 한 번 다투고는 1년을 서로가 말을 섞지 않았다.
같은 집에 살며 말도 안 하고 심지어 밥도 따로 먹는 1년을 지켜보며
나는 저러다 곧 두 사람이 이혼까지 가게 될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친구는 아내와 거의 다투지 않았다.
친구는 결국 이해가 아니라 인정을 택했기 때문이다.
나와 너의 다름의 인정.
다름을 인정하는 순간 더 이상 이해하려는 복잡하고 불편한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리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부정의 감정에서도 벗어날 수가 있다.
다만 그것은, 마지못해 하는 인정이 아니라 존중을 전제로 한 인정이라야 한다.
나와 너는 다르다.
서로를 이해하려 애쓰지 말자.
결국 다름은 설명이 아닌 수용으로 받아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