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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긴 생각

논두렁 아이돌 - 2화 터질 것이 터진 거야

by °마로° 2025. 7. 22.

 

 

 

 

2화. 터질 것이 터진 거야

 

서진의 방. 잠옷 차림으로 다시 찾아온 도준을 서진이 빤히 바라봤다.

 

"그러니까, 아저씨가 엔터 대표..?"

 

컴퓨터 책상에 앉아 있던 서진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그래. 아저씨가 D.J엔터 대표 전도준이야."

 

서진의 방에는 이미 도준과 가영이 함께 와있었다.

 

"D.J엔터? 그런데도 있었나?"

 

서진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가영을 바라보자,

가영도 모르겠다는 듯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너 오렌지카스텔라 몰라? 그거 아저씨가 만들었던 그룹이야."

 

"......."

 

"... 기억 안 나? 막 카스텔라 들고 춤추고 그랬는데? ... 엄청 유명했었는데...?"

 

... 오렌지카스텔라... 이름 예술이네... 카스텔라를 들고 춤을 췄다고??

 

서진은 어이가 없었지만 한편으론 궁금했다.

 

"것보다, 왜 절 캐스팅 하겠다는 거에요? 저보다 노래 잘하는 애들 널렸어요."

 

물론, 그랬다. 서진이 보다 노래를 잘하는 애들도 제법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며칠 뒤면 하나같이 도망가 버리거나 잠수를 타버렸고,

심지어 사기꾼 같다며 부모가 경찰을 데려온 일도 있었다.

무엇보다 더 이상 멤버를 구하기 위해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때문에 도준은 이번에는 절대 놓치지 않겠다 다짐하며 서진을 꼬드겼다.

 

'너의 목소리는 천상의 목소리 주절주절...'

'너는 엄마를 닮아서 얼굴이 완벽하니 주절주절...'

'내가 너 같은 애를 찾기 위해 전국 팔도를 돌고 돌아 주절주절...'

'우리 멤버들이 하나 같이 잘 생기고 실력이 주절주절...'

'그러니 너만 있으면 우리는 대한민국 최고의 남돌이 될 수 있다!'

 

대한민국 최고의 남돌. 그 말에 서진과 가영이 서로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리고 아직도 떠들어 대는 도준에게 가영이 말했다.

 

"저기 선생님... 서진이는"

 

그때 서진이 껴들었다.

 

"저 여잔데요?"

 

"........,"

 

도준이 눈만 뻐끔거리며 서진과 가영을 번갈아 보았다.

그렇게 한 동안 쥐죽은 듯 적막한데 '왈 왈' 밖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무슨 개같은...

 

다잡은 고기를 놓쳤다는 마음에 도준이 아련하게 서진을 바라봤다.

 

머리는 왜 짧은 건데...?

왜 선머슴처럼 입고 있는데...?

왜 잘생겼는데...!

 

다음 날.

서진이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에 D.J엔터를 쳐보았다.

하지만 인터넷상에 D.J엔터의 홈페이지는 없고 그나마 찾다 보니 오래전 기사에서

D.J엔터 전도준이라는 기사와 함께 30대 도준의 사진이 발견됐다.

 

'뭐야... 진짜 있잖아? 저 아저씨 저 땐 젊었네. 부티도 좀 나는 거 같고.'

 

이번에는 오렌지카스텔라를 검색해 본다.

그러자 카스텔라를 들고 공연을 했던 오렌지카스텔라의 사진과 기사가 나왔다.

 

'... 대박... 진짜 카스텔라를 들고 있잖아...'

 

서진이 신기하단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옆을 보자, 한 손으로 커피를 마시던 가영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무튼 별로야. 믿음이 안 가."

 

"그래도 거짓말은 아니었네?"

 

서진이 히죽 웃으며 의자와 함께 빙그르 한 바퀴 돌더니 일어섰다.

 

"두부 한 모, 감자, 양파 맞지?"

 

"어머 내 정신 좀 봐. 두부는 찌개용. 전에 같이 순두부 사면 안 돼."

 

'.' 가영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서진이 방을 나가며 대답했다.

 

 

집을 나온 서진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들어갔다.

한 층을 내려가곤 다시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도준이었다.

 

"....안냐세요."

 

"... 그래..."

 

문이 닫히고 엘리베이터가 다시 내려갔다.

 

둘은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있는 것이 뭔가 어색하고 불편한 기분이 들었다.

 

"....오늘 학교 안 가니?"

 

어색함을 깨보려 도준이 먼저 말을 걸었다.

 

"....저 학교 안 다니는데요."

 

"... 그렇구나... ?"

 

".........."

 

말하기 곤란하다는 듯 서진이 시선을 피해 입을 굳게 다물었다.

괜한 걸 물었나 하고는 도준이 멋쩍어하는데 어느새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해

문이 열렸다.

그러자 꾸벅 고개만 숙여 인사하고는 서진이 먼저 밖으로 빠져나갔다.

힙합 스타일의 트레이닝 복과 모자를 눌러쓴 서진의 뒷모습은 누가 봐도 남자 같았다.

멀어져가는 서진을 한참이나 바라보던 도준이 혼자서 중얼거렸다.

 

'니가 왜 여자냐고...'

 

 

집을 나온 도준이 자신의 회사인 D.J엔터에 도착했다.

 

힘없이 터덜터덜 걸어 안무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텅 빈 안무실. 한참 안무 연습 중에 있어야 할 멤버들이 보이지 않았다.

 

'이놈들 봐라?'

 

한 며칠 자신이 회사에 나오지 않자 멤버들이 뺑끼를 친다고 도준은 생각했다.

 

 

안무실을 나온 도준이 사무실 겸 대표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세 명의 멤버 이주형, 정찬수, 엄시환이 헤진 소파에 풀이 죽어 앉아 있다가

도준을 바라봤다.

 

"너희 연습 안 하고 왜 여기 있어?"

 

".........."

 

아무 말 못 하고 고개를 숙이는 멤버들을 보며 도준은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대표님, 그만두겠데요 지원이. 우리 이제 어떡하 지 what?"

 

 

평소 대화에 쓸데없이 라임 붙이는 걸 즐기는 주형이 대답을 했다.

 

'......너는 이 상황에도 그러고 싶으냐.'

 

애써 덤덤한 척을 했지만 사실 주형의 말을 들었을 때 도준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게 계속해서 미뤄지는 데뷔에 얼마 전부터 지원은 적잖게 실망한 티를 내고 있던

상황이었다.

 

'드디어 터질 것이 터졌구나.' 하지만 절대로 지원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팀의 에이스이자 얼굴마담인 지원이 없다면 이 그룹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도준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때마침 사무실의 문이 열리며 지원이 들어왔다.

무표정한 지원은 비주얼 담당답게 180정도의 키에 무쌍이지만 큰 눈, 갸름한 턱선,

오똑한 콧대를 가지고 있었다.

모두의 시선이 지원에게로 향했다.

 

"대표님, 저 그만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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