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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긴 생각

(웹소설) 논두렁 아이돌 - 6화 너의 실력을 보여 봐

by °마로° 2025. 7. 31.

 

 

6화. 너의 실력을 보여 봐



연습실 안. 멤버들이 한데 모여 수군거리고 있었다.

"이게 맞아? 우리가 왜 쟤 앞에서 쇼를 해야 하는 건데?"

불만에 가득 찬 표정으로 찬수가 투덜댔다.

"....일단, 그냥 해. 대표님이 하라는데 어떡해. 해야지 뭐."

리더답게 주형이 멤버들을 타일렀다. 하지만 주형 역시 불만을 

감출 수 없는 표정이었다.
그들 사이에서 시환만이 조용히 분위기를 살필 뿐이었다.

"자, 준비됐으면 시작하자. 우리가 얼마나 잘하는지 한 번 보여줘 봐!"

그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던 도준이 멤버들에게 힘 있게 외치자,
마지못해 멤버들이 안무 대형을 만들었다.
그리고 도준의 옆에서 서진이 어두운 표정으로 그들을 쭉 지켜보았다.

도준이 오디오를 켜자, 파워풀한 사운드가 연습실을 울렸다.
그리고 음악에 맞춰 팀원들의 안무가 시작됐다.

절제된 몸놀림, 강하지만 때론 부드러운 움직임, 세련된 동작들까지.
생각보다 그들의 실력과 합은 좋은 편이었다.
조금 전까지 불만에 찼던 그들의 얼굴이 이제는 최선을 다하는 진지한 얼굴로
변해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서진은 알 수 없는 가슴의 두근거림을 느꼈다.
물론 그들의 퍼포먼스가 대단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들에게서 깊은 열정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러면서 서진은 내가 너무 겉모습만 보고 판단했다는 생각에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빠밤- 어느덧 노래가 끝나며 멤버들이 마무리 포즈를 취했다.
그 상태 그대로 가쁜 숨을 몰아쉬다가 하나둘 자세를 풀었다.

"나이스. 아주 나이스."

그들을 향해 흡족한 얼굴로 박수를 치며 도준이 말했다.

"어때? 잘하지?"

".........."

도준의 말에 서진은 입을 다물고만 있었다.

"아니야? 이 정도면 엄청 잘하"

"노래도요. 노래도 듣고 싶어요."

서진이 진지하게 변해버린 눈으로 자신도 모르게 도준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무반주로 시환이 노래를 불렀다.
조금 전에 랩을 보여준 주형과 찬수에 비해 시환의 노래 실력은 평범 그 자체였다.
그저 노래방에서 노래 조금 한다는 아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시환의 노래가 끝이 나고, 서진은 춤에 비해 노래가 별로라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서브보컬이라... 하하하"

실망을 눈치챈 도준은 애써 웃으며 서진에게 둘러댔다.

"너희는 좀 쉬고들 있어. 우린 잠깐 이야기 좀 할게."

도준이 멤버들에게 말을 전하고 서둘러 서진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쟤들 충분히 재능 있어. 그리고 열정도 있고. 딱 하나가 부족한데 그게 너야. 
그러니까 너만 오케이 해주면 이제 우리는 완벽해지는 거지."

말을 마친 도준이 간절한 눈빛으로 서진을 바라봤다.

"솔직히.... 이건 아니잖아요? 제가 한다고 해도 어차피 안되는 거잖아요?
제가 어떻게 저 팀에 들어가요?"

답답하단 얼굴로 서진이 대답했다.

"내가, 아저씨가 책임질게. 너만 오케이 해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가"

"얘예요? 메인보컬?"

어느새 그들 곁에 다가온 지원이 무심한 얼굴로 서진을 보며 말했다.

"............."

두근...두근.... 서진의 가슴이 다시 두근거렸다.
다만, 이번의 두근거림은 아까와는 다른 것이었다.
측면으로 보이는 지원의 얼굴은 날렵한 턱선과 높고 뾰족한 콧날,

속쌍꺼풀이 있는 커다랗고 날카로운 눈매, 그리고 진하고 빽빽한 눈썹과 

희고 깨끗한 피부까지.
잠깐이었지만 서진은 지원을 바라보다 살짝 정신이 몽롱해짐을 느꼈다.

"어, 지원이 왔구나?"

"해봐. 우리도 봐야지. 네 실력."

뚫어지게 서진을 보고 있던 지원이 도준의 말을 외면하고 마치 싸우자는 듯
서진에게 말했다.


다시 연습실 안.
쭈뼛대며 서 있는 서진의 앞으로 멤버들이 바닥에 앉거나 서서 그녀를 
주목하고 있었다.
그들의 눈빛은 네깟 게 노래를 얼마나 잘하길래 그렇게 건방을 떨었냐고 
말하고 있는 듯했다.
한편, 서진은 내가 이 사람들 앞에서 왜 노래를 해야 하지? 라는 의문과 남들 앞에서
대놓고 노래를 한다는 부끄러운 마음이 섞여 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모든 걸 자신이 자초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자, 집중. 집중. 서진아, 부담 갖지 말고 편안하게. 자신 있는 걸로."

도준의 말에 서진이 후.... 한숨이 섞인 심호흡을 내뱉고 눈을 잠시 감았다 떴다.

'내 마음 한켠에 그 작은 공간 안에 늘 네가 있어 날 숨 쉬게 해. 난 오래전 그곳으로 가.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 작은 카페에는 아직도 너와 내가 함께 있는 듯해.'

무반주로 부르는 서진의 목소리는 잔잔하면서도 쓸쓸한 느낌을 주었다.
도입부만 들었는데도 서진의 목소리에 멤버들은 살짝 놀란 반응을 보였다.

"저거 누구 노래야?"

"....몰라."

주형의 속삭임에 서진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찬수가 대답했다.

'울지 말라던 너의 말에 더 크게 목 놓아 울었어. 네가 나를 떠나지 않길 바라는 맘으로.
오늘도 난 울어. 목 놓아 울어. 네가 보고파서, 너를 못 잊어서, 너를 사랑해서.'

맑지만 조금은 허스키하고 유니크한 목소리, 그리고 풍부한 감정과 고음.
모두가 넋을 놓고 서진을 바라봤다.
클라이맥스를 향해가면서 서진의 목소리는 더욱 감정이 깊어졌고 고음도 높아져 갔다.

'뭐야? 전보다 훨씬 잘하잖아?'

커져 버린 눈으로 서진을 지켜보던 도준이 생각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 당시는 밤늦은 시간이라는 제약이 있었고,
이번에는 그 제약이 없는 데다 서진의 자작곡이라 감정도 더욱 깊었기 때문에.

'울어, 울어, 울어... 울어--- 내 목소리가 네가 닫길 바라며. 오늘도 목 놓아 울어...'

"..........."

서진이 노래를 끝마치자 연습실 안은 고요한 적막이 흘렀다.
숨소리조차 느껴지지 않는 상황에서 에취- 뜬금없는 시환의 재채기 소리가
적막을 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