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10 기억의 시작 - 3 [ 연락 ] 인서는 모든 것에 솔직한 편이었다. 치과의사라는 나의 직업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고, 내가 연애를 많이 하지 않은 것도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농담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은 연애를 100번도 넘게 해봐서 말 많은 남자는 실속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그래서 말수가 적은 내가 더 마음에 들었다고. 그런 꾸밈없이 솔직함과 당당함들이 자꾸만 다혜를 떠오르게 만들었다. 인서는 인서만의 매력이 차고 넘치는 여자였지만 나는 오래된 익숙함에 목이 말랐던 것인지 자꾸만 인서에게서 다혜를 찾고 있었다. 그러면서 조금씩, 자꾸만 인서에게 빠져들어 갔다. 우리는 첫 만남 이후 만남의 횟수가 빠르게 늘어갔고, 어느새 매일 연락을 하고 시시콜콜한 일과를 공유하는 사이까지 발전해 갔다. 당연히 그렇게 될 수 있.. 2025. 7. 6. 기억의 시작 - 2 [ 연인 ] 마트에서 그녀와 마주친 뒤 3개월이 흘렀다.처음 한 달 정도는 자려고 눕거나 혼자 멍하니 있다 보면 그녀의 생각이 계속해서 났다.마트에서 보았던 모습과 그동안 어떻게 지냈을까, 아픈 곳은 없을까,남편은 어떤 사람일까, 행복할까,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나아가 내가 그녀와 연애하던 시절의 기억까지도 떠올랐다. 그렇게 그녀의 생각에 빠져 살다 두 달이 다 되어갈 때, 나는 한 여자를 만나게 됐다.그녀의 이름은 박인서.나의 몇 없는 친구 중 한 명인 훈이라는 녀석을 통해서였다.훈이는 나의 초,중,고 동창이자 나에 관한 대부분을 알고 있는 녀석이었다.다혜를 보았다는 내 말을 듣고는 며칠 뒤 난데없이 저녁을 먹자며 약속을 잡았다.그리고 주말이 되어, 나는 약속한 장소에 먼저 도착해 훈이.. 2025. 7. 5. 기억의 시작 - 1 [ 만남 ] 그날은 5월의 늦은 저녁이었다.나는 마트에서 장을 본 후 구석진 화장실에서 나오고 있었다.평소처럼 조금은 낮은 시선으로 주변 사람들을 보지 않은 채 카트를 밀며 나아갔다.언제부터인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내게는 사람들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는 습관이 있었다.왠지 모르는 사람과 눈이 마주치면 서로 민망하거나 불편하다는 것이 이유였고,사실 그보다 더 큰 이유는 내가 사람에게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그런데 그날, 화장실에서 나와 얼마 되지 않는 걸음을 걸었을 때나는 한 사람의 얼굴에 시선이 고정될 수밖에 없었다.30대 후반의 그녀는 초등학생쯤 되는 남자아이와 함께 내가 있는 곳으로다가오고 있었다.나는 분명 평소처럼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보듯 주변에 무관심한 상태였지만뜻밖에 마주한 그 풍경이 너무.. 2025. 7. 5. 나와 너 나와 너는 다르다.나와 너는 다른 부모에게서 태어나 다른 환경에서 다른 것을 보고 느끼며 살아왔다.좋아하는 음식도, 좋아하는 노래도, 좋아하는 옷들과 색깔까지도 나와 너는 다르다.물론, 나와 너는 비슷하거나 겹치는 것들이 있을 지도 모른다.생긴 것이 비슷할 수도 있으며 성격이 비슷할 수도 있다.하지만 근본적으로 나와 너는 다르다.심지어 일란성 쌍둥이조차 지문만큼은 서로 다르 듯이. 요즘은 MBTI로 나와 너의 다름을 나눈다.그리고 그 이전에는 혈액형으로 다름을 나눴었다.하지만 생각해 보라.그래봤자 A B O AB 4가지에서 MBTI를 이용해 16가지로 늘어난 것뿐이다.전 세계 인구는 80억 명이다.그 많은 사람들을 16가지로 나눈 다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다름이 아니라 같음을 나타내는 것이다.전 세계에 나.. 2025. 7. 4. 이전 1 2 다음